이원호展 Another Landscape
전시기간 : 2013_09_06__09_28
opening reception : 2013_09_06 PM 06:00
Lee, Won-Ho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BFA (사진전공)
Pratt Institute, New York, MFA (사진전공)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Computer arts, MFA (영상전공)
America Museum of Natural History/ Margaret Mead Film and Video Festival, New York) 근무
2012 대구 국제사진비엔날레 ‘국제 젊은 사진가전’ 기획
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진 분야 지역교육위원
현, 한국사진교육학회 운영위원
현, 현대사진학회 운영이사, 논문편집위원
현,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사진영상디자인과 조교수
solo exhibition
Complex - Steuden East Gallery, Brooklyn, NY, 2004
Complex Ⅱ - Visual Art Gallery, NYC, 2006
Design of Images - Sanmaroo, Tenafly, NJ, 2007
Another Shadow - CUBE C, Daegu, Korea, 2008
The Mixture of Pieces - Alternative Space 291, Deagu, Korea, 2009
‘were', 'are' and 'will be' - CUBE C, Deagu, Korea, 2009
Center minded(through the emptiness) - Keukjae Gallery, Daegu, Korea, 2010
Newport - Woobong Gallery, Daegu, Korea, 2010
Magnet Bone - Woobong Gallery, Daegu, Korea, 2010
Cut in Shape -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 기획 초대전, Kyungju, Korea, 2011
Boundary of Landscape - Gallery Gowoon, 2011
空間(공간), 우봉미술전시장, 2012
Scenery (Project B gallery 초대 기획전) - Broject B gallery, 2013
Memory '기억' - 우봉미술관, 2013
collection
Four Photographs "FORREST SCOTT GALLERY" MILLBURN, NJ, August 2002
이원호, 그의 시선에 덧붙여
인류 연결의 고리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가 만나 소통을 이루고 길을 따라 새로운 문명을 만들었다. 죽음의 사막도, 험준한 산맥도 막지 못했다. 이들은 걸을수록 에너지가 생겨난다는 사실을 믿었다. 파괴를 부르는 정복이 아니었으며, 젊음의 도전정신만이 아닌 까닭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가슴에 새로운 희망을 품게 했다. 막히면 둘러가고, 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허리를 굽혀 새로운 길을 만들어 묵묵히 발자국을 찍었다. 시간에도 씻기지 않은 눈물과 회한이 자리했을망정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찾아들었다.
나는 설레는 발걸음으로 이 길을 찾아 떠났다. 걸어서, 혹은 낙타나 말을 타고 떠나는 길이 아니라 비록 문명에 의존해 떠난 여행이었지만, 인류가 만든 소통의 길을 따라 여행한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그때 그랬던 것처럼 역사에 대한 사명이 아니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었다. 옛사람이 걸어갔던 길을 따라 그들의 발자국을 빌어서 지금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에 대한 설렘은 잠을 설치게 했다. 또한, 길에서 몰랐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마음을 일찍부터 요란스럽게 만들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나누는 소통에 대한 기대는 혼자만의 작은 비밀을 품은 느낌이었다.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 순간 부는 바람은 색다르다. 《슬픈 열대》 저자 레비 스트로스는 “여행은 꿈같은 약속이 든 마법의 상자”라고 했다. 나는 이 동행에서 마법처럼 이원호 교수를 만났다. 교감은 소통의 시작이다. 나를 낮추는 겸손과 예사롭지 않은 시선에서 미묘한 교감을 느꼈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내가 늘 가슴에 새겨두고 살아가는 말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가운데 분명 나의 스승이 있다는 뜻이다. 나이도, 살아왔던 과정도, 출신 학교도 모두 달랐지만, 배움은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의 은근한 시선과 유순한 마음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서 내 마음이 일찍 풀렸다. 그리고 길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느 순간 아무것도 감출 것 없는 서로에게 투명한 모시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늘 설렘을 가지고 이원호 교수의 시선을 따랐다. 미천한 잡문으로 먹고사는 내게는 전문 사진작가가 바라보는 앵글이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내가 아는 몇몇 사람들은 대게 시선을 왜곡시켜 아무도 생각지 못한 앵글을 잡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반면, 그의 시선은 나와 다르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시선, 즉 피사체에 특별한 주문을 걸지 않았다. 그는 다만 자연과 현상에 대처하는 방식은 성실뿐인 듯했다. 일출을 기다리는 사막에서도, 45도 강한 자외선이 내리쬐는 산 정상에서도, 누구도 발을 딛지 않은 곳을 혼자서 향했다. 상황에 순종하듯 진중하게 움직이는 카메라는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비밀은 이원호 교수의 진실에 있었다. 최소한 욕심으로 최대한의 공감대를 형성시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나는 자연과 가장 가까운 것이 최고의 작품이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평범한 앵글이었지만, 마치 자연도 깊이 들여다보면 인공적인 질서를 갖추고 있다는 카오스 이론처럼 우연을 가장해 혼돈 속에 숨어있는 어떤 규칙성을 따라 잘 정돈되고 계산된 시선이었다. 이원호 교수만의 진실성이 저변에 깔렸어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더욱 깊이 있게 와 닿는 것은 이원호 교수의 작품에서 우리나라 최초 선구적 세계인이자, 동양의 걸출한 세계인 혜초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혜초는 중국 광저우에서 해로를 통해 인도로 들어가 육로를 통해 중국으로 돌아왔다. 외롭고 힘든 구법행로를 살펴보면 우연히도 오늘날 실크로드에 해당하는 핵심지역을 관통하고 있다. 이원호 교수는 마치 혜초가 중국에 다시 발을 디뎠던 그 길에서 만났을 풍경, 그때 느꼈을 마음을 드라마틱하게 잡아냈다. 황토고원을 지나 라블랑스로 가는 중간에서, 대판산 넘어 해발 3500미터 대평원에서, 명사산 사막에서, 쿠무타크 사막 일출을 바라보면서 딱 제자리에 맞는 0.1초 클라이맥스 순간을 잡아내 공감을 이끌어 냈다. 때로는 파노라마로, 때로는 순간포착으로 앵글에 담아냈다. 각각의 사물과 인물에 사연을 만들어 내는 탁월함도 돋보였다. 장예 칠색산 단하지모를 담은 그의 사진을 보며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 실린 그의 시를 떠올렸다.
그대 서번이 멀다하며 한탄하지만
나는 탄식하네, 동쪽 길 아득하여
길은 거칠고 설령雪嶺 높은데
험한 골짜기 물가에 도적떼 소리치네
새도 날다가 솟은 산봉우리에 놀라는데
사람은 조심조심 외나무다리도 건너야 한다네.
한 생애 눈물 닦을 일이라곤 없었는데
오늘은 하염없이 천 갈래로 쏟아지는구나.
- 혜초 -
시인은 시詩로 말하고, 화가는 캠퍼스에 물감으로 내면을 표현한다. 물론 사진작가는 앵글을 통해 피사체를 담아내 자신의 예술혼을 심는다. 이들의 철학과 사상과 정서가 예술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을 통해 새롭게 세상에 조명된다. 이원호 교수의 작품세계는 시가 있고, 마음속 파편처럼 떠도는 감춰진 추억이 있으며, 삼라만상, 세월이 흐르며 만들어낸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은근한 정을 느끼게 하는 그의 시선은 긴장을 풀어헤치게 하는 마력이 숨어 있다. 이것이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다.
나는 이번 여행길에서 옛사람들이 남긴 이야기에 겸손을 배웠고, 낯선 이방인에게 받은 따스한 시선에서 사람의 소중함을 느꼈으며, 나와 동떨어진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에게서 진리 한 자락을 배웠다면, 이원호 교수와의 길에서 얽힌 인연은 평생 간직하며 살아도 좋을 추억을 만들었다. 특히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에게 받는 정情은 영원히 가슴에 각인되어 팍팍한 삶에 따뜻한 자양분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가 가진 따뜻한 인간미와 솔직담백한 진실성은 앞으로 그의 작품세계에 새롭게 거는 기대와 희망이다. 이것이 그의 미래에 갈채를 보내는 까닭이다.
박필우 · 답사여행작가, 스토리텔링작가
쓴책 · 《나한전 문살에 넋을 놓다》 《해인》
《유배지에서 유배객을 만나다》 《고택이 말을 걸다》 등이 있다.